‘캐릭터 창작+스토리텔링+입체적인 전시회+세대공감+체험활동,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담을 수 있는 컨텐츠는 없을까?’
인형작가로서 나의 활동은 ‘캐릭터 창작+스토리텔링+입체적인 전시회+세대공감+체험활동,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담을 수 있는 컨텐츠는 없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인형은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인형을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이해하고 연구하며 인형을 매개체로 인간을 해석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형이 단순히 수공예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했다.
다양한 인간의 모습보다 인형은 훨씬 더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인형들이 사는 세계를 두루베이라 칭하는데, 가만히 인형 세계를 내려다보면 그 속에서 또 다른 인간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인간이 지구의 주체인 것처럼 인형은 인공적인 세상의 주체이다. 그래서 인형은 예술의 한 분야로서가 아니라 인공적인 세계의 주체로서 해석되어야 한다.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듯이 인형은 인형학적 측면에서 연구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지만 인형인문학 강연회를 하기도 하고 인형학개론 동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를 통해 배포하기도 한다.
세계를 여행하는 데 있어서 세계지도는 꼭 필요하다. 인형세계를 여행하려면 인형지도가 필요하다. 인형은 사람과 가장 친숙한 대상 중 하나이지만, 아직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분야이다. 인형지도를 만들어 후배 인형작가들이나 일반인들이 인형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인형작가로의 여정
인형+인형소설+삽화+목공예+텍스타일디자인+체험활동+관광상품개발+전시회
인형: 관절이 있는 헝겊인형을 개발하여 ‘두루비’라고 이름 지었다. 두루비는 ‘두루두루 비추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인형들이 세상을 밝히는 작은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버려지는 물건이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있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만든 인형들은 두루비아라고 한다. 두루비아는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로 탄생한 인형들이다.
인형소설「마담 리우의 인형이야기」시리즈는 두루비와 두루비아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판타지 소설이다. 규중칠우쟁론기와 조침문과 같은 전통규방문학의 맥을 잇는 현대판 규방문학을 시도하였고, 비비아나를 비롯한 9명의 어린이 캐릭터들이 인형 세계를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다양한 다문화적인 요소를 담고 있으며 서로 존중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삽화
전문적인 삽화가는 아니지만 소설 속 배경을 그림으로 나타내 보았다. 이야기 속의 장면을 상상하는 대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삽화는 주로 색연필이나 아크릴 물감으로 그렸으며 필요에 따라 퀼트, 자수, 목공예 등의 기법을 접목시키기도 했다.
목공예
인형들을 위한 가구나 이야기 속 장면을 나타내기 위해 목공예를 배우게 되었고, 그 결과물을 인형들과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목공예 작품들은 전시회를 훨씬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텍스타일 디자인
인형의상을 만들기 위해서 원단을 구하다 보면 대개 패턴들이 커서 잘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인형의상을 위한 텍스타일을 직접 디자인해보았다. 주로 소설 속 장면에 나오는 자연물들을 손그림으로 그려서 제작한다. 인형만들기 체험활동을 위한 인형 커트지와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션이나 애착베개, 그리고 에코백도 텍스타일로 제작되었다.
체험활동
두루비 갤러리엄 캐릭터 및 진주 캐릭터를 소재로 디자인한 커트지로 학생들이나 일반인들과 체험활동을 실시했다. 진주메이커스페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초등학생들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논개, 김시민 인형만들기 체험활동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인형만들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형만들기 활동을 해오고 있다.
관광상품개발
진주시 출신으로 진주를 알리고 진주를 기념할 만한 컨텐츠를 개발하고 연구 중이다. 현재로는 ‘진주 역사적 인물 알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논개, 김시민, 강상호, 박덕실에 관한 시와 인형을 제작하여 전시하였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인물을 알리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 또한 진주 시화와 시목을 캐릭터화한 인형을 제작하기도 했다. 다른 관광지에서는 구할 수 없는 진주의, 진주에 관한, 진주에만 있는 캐릭터 상품을 제작하여 진주 공예인들과 협업하여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 전시회 사진
다수 그룹전 이외에 개인전과 초대전을 매년 진행해 오고 있다. 진주, 서울, 평창, 파주 등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매회를 거듭할수록 전시기획 방법이 달라 매번 새로운 전시를 하는 느낌이다.
A. 헝겊인형제작과 인형소설이 저의 주된 활동 분야입니다. 제 작품활동의 주제로 인형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인형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귀엽고 편안한 느낌도 좋았지만 인형이 가진 다양한 장점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그리고 퇴직 후에도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이기도 했구요. 제가 인형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그 전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수공예 활동의 경험들이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모두 도움이 되었습니다.
Q.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며 현실적인 문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어떤점이 있으셨나요?
A. 경남 지역에서 활동의 어려움이라기 보다 개인적인 어려움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는데요. 저는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라 저의 예술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지원을 받는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작품활동을 하는데 수익은커녕 경비를 대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도 이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작품에 필요한 재료비는 제가 아껴 쓰면 되는 것이니까요.
또 다른 어려움은 작업실과 전시장이 아직 없어요. 현재는 초대전으로 작품들이 인형박물관에 전시 중이지만 초대전이 끝나면 전시할 공간이 필요한데 자금 마련에 고민이 있죠. 그래도 언젠가 저의 갤러리를 갖는 꿈이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렙니다.
Q. 협업 하고 싶으신 장르가 있다면 어떤 장르인지와 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인형은 협업하기에 참 좋은 장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전시장에라도 인형을 함께 세팅하면 그야말로 눈길을 끌게 되죠.
어떤 느낌이냐 하면 일반 전시장이 인테리어가 잘된 어떤 공간이라면 인형이 함께 세팅된 전시장은 인테리어가 잘 된 공간에 사람이 함께 있는 느낌이죠. 그래서 훨씬 더 생동감이 느껴지고 특정 애호가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찾게 되는 전시장이 됩니다.
저는 앞으로 진주공예인들은 물론 저와 장르를 달리한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어요.
Q.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싶은지?
A. 인형과 관련된 일에는 모두 관심이 있어요.
인형이 단순히 수공예나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니라 인형은 그 이상이며 인문학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인형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데 제 여생을 바치고 싶어요.
저는 인형계의 다양한 전문가들과도 소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인형박물관 운영자나 인형 컬렉터들은 물론 해외 인형관련 종사자들도 그 대상이지요. 현재는 미국인형작가협회 준회원으로 활동 중인데 작년부터 가상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세계인형작가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내년에 시애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