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희
찻잔에
달을 띄워
마음 뜨락 밝힌다
어느 먼 곳
나들이 간
생각도 불러들여
내 안에
나를 모시고
올리는 아늑한 제의
-시집 『구름운필』에서
달 띄운 찻잔과 화자의 마음 안 생각을 동일시하여 구성된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로 융합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융합은 각각의 요소가 전혀 새롭게 다른 의미로 창출하는 화학적 기능을 의미한다. 외적인 사물인 찻잔과 생각을 담는 마음인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의 상반적인 요소, 즉 찻잔의 달과 화자 안의 생각을 연결하는 의도적인 시인의 작업이 현대시 특징인 것이다. 엘리엇류의 정서로부터 도피라는 말에 상응하여 객관적인 상관물을 사용한 것을 의미한다. 객관상관물은 체험의 대상을 결합하는 소위 폭력적 결합을 한 요소다. 이 작품처럼 달이 있는 찻잔과 생각이 가득한 마음을 외적인 것과 내적인 요소를 작품 안에 배치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의 융합은 의도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찬잔 속의 존재파악은 그 속의 달빛 촉광에 의한다. 달은 천상의 이미지로 신적 존재를 담고 있다. 잔은 자아의 영적 존재 자리다. 즉 그 잔 안은 천상과 지상의 두 존재가 융합하는 자리다. 이처럼 어디까지나 사물로 밝히는 메타포에서 짧은 문장 속에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 용량은 달이 떠 있는 하늘과 달이 내려와 있는 지상의 잔속 거리만큼이나 멀고 넓다. 자아 확인을 위해 나들이 간 생각마저 그 잔 안에 복귀시키는 진술은 철저히 시각화시킨 형상미를 확인해준다.
마지막 연, 내 안의 나는 무의식 속의 자아 또는 본질적인 자아를 말한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작은 행위가 단순한 음료를 넘기는 일에 멈추지 않고, 인간의 본모습을 회복하고, 그것을 깨닫게 하는 일은 종교행위와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왜냐면 종교란 자아의 회복을 통한 구원이다. 찬 한 잔도 그런 면에서 제의가 됨을 말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내재하시는 하나님을 연상케 해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정재영 장로
[진주축제]
- 유등 축제에 부쳐
김 정 희
남강에
내린 은하수
물위에 혼불 띄웠다
별이 된
그리운 이들
물가에 모여 앉아
꽃 대궐
현란한 잔치
술잔 부딪치는 소리.
[진주문화]
- 형평 운동가 강상호*
김 정 희
동트는 새벽 물소리 새벼리**가면 들린다
칠흑 같은 어둠 헤치며 월아산 해 떠 올리듯
생명의 존엄을 밝혀
무명 깨친 목소리.
얼붙은 얼음장에 봄 햇살이 닿았어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새날이 밝아 온다’
샛바람, 벼랑을 감돌며
새 역사를 세우려는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천석꾼 다 흩고서 빈 몸으로 남은 말씀
의암***을 감도는 물처럼
수평(水平)을 염원했다.
대물림 칼잡이가 패랭이 쓰던 1923년
형평 저울 높이 들고 만인평등 부르짖던 님
갓 쓴 이, 패랭이 쓴 이는
한 무게라 외쳤다.
* 전국에서 제일 먼저 진주에서 일어난 인권운동
衡平운동의 주모자.
**새벼리에 잠들어 계심
*** 논개가 순국한 바위
"1950년 6.25를 맞이하여 밟은 진주 땅에서 촉석루가 폭격에 불타는 것을 보아 온 안타까운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진주의 며느리가 되어 살아온 지도 일흔 해가 되었다.
이제 저문 날의 길목에서 생애에 잊지 못할 기억들의 흩어진 산문들을 찾아 모아서 나의 생을 뒤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진주사람 김정희(86) 수필가 겸 시조시인이 네 번째 산문집 <남강물, 흐름 위에> 펴내며 한 말이다.
남강 대숲을 보며,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면서, 진주 문인들을 접하며
살아온 내용이, 보는 이로 하여금 진주의 역사와 향취를 느끼도록 해준다.
http://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847
http://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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