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습)은 如鳥數飛(여조삭비)”라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글로 무릇 익히는 것은 새가 자주 날개짓하는 것과 같다.
■ 이순자 전 ■ (2021. 2. 26)
1. 오늘이 정월 대보름 이다. 지신밟기 달집짓기로 왁자할 대보름 행사가 쥐죽은듯 조용하다.
코로나-19가 막아 서서 온갖일들이 싹멈추어 버렸다. 하지만 가믐에 콩나듯 귀한 전시회가 진주시청
갤러리 ''진심 1949'' 에서 열리고 있다. 옛샘.이순자 서예전 이다. 바람결에 듣고 촘촘한 시간의 틈을
내어 간만에 진주 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2. 출입구에서 자동측정기로 체온을 첵크한다. 36.5°C 정상이다. 봉사활동반의 안내를 받아 출입자
명부에 서명하고 진주시청사를 들어선다. 가는곳 마다 코로나가 사람들의 운신에 제약을 가한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 의 감염예방이니 수칙을 지켜 따를 수 밖에 도리가 없다. 하지만 불편하고 부자유스럽다.
무서운 코로나, 끝이 안보이니 지겨운 코로나다. 코로나는 왕관인데 ~~~!
3. 전시실을 들어서니 단정한 서예작품들이 질서정연 하고 단아하다. 당장 입구에 걸려있는 '인연' 이란
작품이 눈길을 끈다. 한글을 파자하여 많은 의미를 함축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창작 걸작품이다.
소재는 피천득 님의 ''인연'' 을 한글 판본체로 썼다. 인연, 시의 뜻도 깊고 글씨도 반듯하니 보는
사람, 사람 마다 작품 앞에서 경탄하고 떠날줄을 모른다.
4. 60 여 점 작품 하나하나 마다 깊은 사연이 녹아있고 소재마다 넓고 큰 뜻을 품었으니 한자 두자
써내려가는 붓끝에는 온정성이 깃들었다. 붓으로 쓰는 글씨는 높은 경지의 예술이라 서예라고 한다.
서예도 창작예술이다. 창작은 끝없는 자기와의 고독한 투쟁이지만 그 결과는 즐겁고 행복감을 얻는다.
곧 결과는 인내심의 표본 이다. 옛샘 이순자 작가는 이 모든 어려운 과정을 인고忍苦로 겪어내며
오늘의 경지에 이르렀다.
5. 19세기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는 ''미술의 즐거움은 노동하는 즐거움이자 자아실현의 즐거움이다.''
라고 했다. 또 ''진실한 미술이란 만드는 손과 사용하는 손에 행복을 주는 것이다.'' 라고도 했다.
따라서 옛샘 이순자 작가는 붓을 잡고 즐거움을 찾아 자아실현에 매진했고, 또 중단없는 열정으로
붓을 잡은 손에서 작은 행복을 가꾸고 보람을 찾았다.
6. 옛샘 이순자 작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딱딱하고 난해하다는 수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작가는 유연한 붓을 잡고 수학의 이미지를 깨었다. 붓으로 부드러운 심미감을 일깨워
교단을 지키며 사제동행의 아름다운 교감을 나누고 진정한 제자사랑 교육의 외길 40년을 걸어왔다.
전시장에는 제자들이 보내온 축하의 세세한 사연과 꽃바구니 화환이 즐비하여 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제간의 두텁고 진정한 고육애를 여기서 본다. 참으로 아름다운 교단의 숭고한 그림자 이다.
7. 옛샘 이순자 작가는 순수한 한글서예를 공부했다. 작가의 작품은 판본체가 대부분이다.
한글서예는 크게 판본체., 궁체, 오륜체로 나뉜다. 판본체는 훈민정음, 월인청강지곡, 석보상절, 동국정운 등
판본에 쓰인 글씨 자형과 획을 본받은 글씨체다.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사각형 조형으로 문짜의 중심을
중앙에 두고 좌우대칭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8. 옛샘 이순자 작가는 가로모듬 결합구조, 세로논리 대칭조형, 자음공간속성, 모음물질 성질을
잘 살려 구성하고 있다. 작품 옛시조 ''한손에 가시쥐고'', 새는 날아가면서의 ''다시는 묻지말자'',
연금술 ''봄이 빗속에'', 풍경달다의 '운주사.와불님'' 에서 판본체의 전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반듯하고 조화로우니 마음이 편안하다. 한 점 모셔다가 서재에 걸어놓고 두고두고 보고픈 마음 이다.
9. 난을 치고 책가도를 그려 마음의 여유와 여백으로 문인화의 격을 살짝 보인다.
문인화는 은일하고 청신하며 초탈한 시적세계를 보여준다. 자연과 합일하고 깊은 명상 속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정하게 하는 초월적 경지를 추구한다. 단 몇 개의 선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동양회화 의 특징을 여기서도 보여준다. 멋있고 격이 있는 옛샘 이순자 서예전 이다.
10. 옛샘, 이순자 작가의 아호가 특이하다. 먼 훗날 제자들을 생각하여 마음을 담은 것인가.
40년 교단을 지켜온 스승이니, ''옛 선생님'' 이란 뜻인가. 필짜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정다운 아호 '옛샘' 을 음미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섰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흘러간
세월의 묵향이 가득히 풍겨온다. 참으로 보람된 양갈래 길을 걸었다는 생각에 감동한다.
험하고 힘겨운 개척의 길에 이제 서광이 비추인다.
11. 옛샘 이순자 작가의 중단없는 정진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심축心祝'' 이라 축필하나
남기고 전시장을 나온다. 출입구에서 철저한 손씻기, 생활속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홍보하고 있다. 펑범한 일상에서의 실천으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자는 나와 우리를
위한 소중한 홍보활동 이다. 건강한 시민의식을 배운다. 실천만이 코로나-19 감염병을 막아내는 길이다.
12. 참으로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니 정서적 건강을 얻어 즐거운 마음이다.
시청앞 광장의 꽃들도 즐거워 방실방실 웃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경쾌하게 보인다.
세상만사 범사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요즈음 코로나 때문에 언택트,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로 '코로나 불루' 가 번져간다는데,
이런 기회를 열어주신 옛샘 이순자 작가님께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고 다시 고마움을 전한다.
노인의 즐거운 또하루는 이렇게 가고 있다.
진주시 이현동 나불천변에서
나노 변 석 규 (석웅)
진주 서예&캘리그라피 전시회
https://www.youtube.com/watch?v=gZv7aTj0GEg
옛샘 이순자 전시회 소개! 두번째 뉴스!
서경방송 링크 : https://m.iscs.co.kr/ch8/?bct=03&mct=01&sct=01&Chann_part=1&skin=&seq=181196
이순자 개인전 동영상
40년! 서예와 더불어 고등학교 수학 교사의 길을 걷다.
“여조삭비(如鳥數飛)”란 액자를 들고 첫 발령지 야로고등학교에서 시작한 고등학교 수학 교사 생활이 어언 40년의 막을 내리려 한다. 매년 새 학년이 시작되면 이 如鳥數飛로 뜻을 설명하고 열심히 익히자며 첫 수업을 시작했다. 뒤돌아보면 졸작이나마 학생들과 함께한 나의 붓글씨들! 졸업할 때 한 명 한 명 붓글씨로 언제 어디서나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며 반듯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해 준 졸업 축하글을 펼쳐 들고, 엊그제인 듯 생생한 첫 제자들을 떠올리며 그 후로도 학생들의 곁에 함께 했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본다.
내겐 결코 이루기 쉽지 않은 두 가지 꿈이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붓글씨를 함께 쓰겠다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치러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라 고등학교 2학년을 진학하면서 자연계로 지원했던 계열까지 바꾸어야 했다. 대학을 못 보내준다는 부모님의 뜻을 굽히며 오로지 수학 교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눈물로 지냈던 고3시절 그러나 수학 교사의 열망이 강했던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국립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 수석으로 합격하는 영광을 안겨드리고, 대학 등록금만 내어주면 혼자서 학비를 감당하겠다며 겁 없이 대학진학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초등학생에게 과외수업을 3개월 해서 받은 당시의 만원으로 교재를 사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과외로 학비를 벌었는데 대학 3학년 때 10.26사태로 대학생 과외가 금지되면서 졸업을 못할 뻔했으나 그동안 한푼 두푼 저축한 돈으로 겨우 졸업하여 마침내 교사의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런 처지에 서예 공부를 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월사금 8천원이 없어서 입문하지 못하다가 대학 3학년 12월에 겨우 비봉루에서 처음으로 붓을 잡았다. 그러나 직장생활과 취미활동을 병행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자율학습할 때 먹을 갈아 함께 붓글씨를 썼다. 그렇게 써온 게 서예공모전인 경상남도미술대전, 개천미술공모대상전을 거쳐 오랜 기간 도전한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에도 드디어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활동 중이다.
졸업할 때나 학년을 마칠 때 졸업 축하글, 좌우명 등을 적어주며 앞날을 지켜왔다. 늦깎이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이 졸업할 때 부채에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격려하며 인연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40년 교사 생활 동안 온 정성을 다하여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이제 교단을 떠나면서 본 전시가, 삭막해진 현실의 학교 현장에서 사제 간의 정을 느끼며 공감대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40년의 교사 생활을 마치며
2021년 1월에
남해제일고등학교 기숙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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